초파리 생기는 이유, 없애는 방법

초파리, 누구냐 넌

여름철이 되면 어디선가 슬금슬금 나타나 성가시게 하는 작은 벌레가 있다. 전 세계에 약 65 속, 3천여 종이 분포하는 이 생명체는 바로 초파리다. 초파리를 뜻하는 'Drosophila'는 이슬을 뜻하는 그리스어 'Dew'와 사랑을 뜻하는 'Phios'에 라틴어 접미사 a가 붙어 이슬을 좋아한다는 뜻('Dew-loving')에서 유래되었다. 그 이름처럼 초파리는 vinegar fly fruit fly라고도 불릴 정도로 시큼하고 달콤한 음식의 즙을 좋아한다. 


Drosphila


그거 아는가?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밝혀진 인간의 유전자 수는 초파리의 유전자 수와 비슷하다는 사실(초파리는 유전체가 단순해서 곤충 중에서 최초로 전체 염기서열이 해독되었다). 하지만 고등생물인 인간의 복잡한 생명 현상을 설명하기엔 이렇게 적은 유전자로는 한계가 있었고, 여기에서 그 유명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요즘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초파리는 유전의 염색체설(Chromosome theory of inheritance; 유전 정보 물질이 염색체에 들어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아직까지도 DNA 수준에서 인간의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분자유전학 연구의 중요한 분석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각설하고 ㅎ, 유전학의 발전에 도움이 된 건 알겠지만 봄~가을까지 난데없이 어디선가 나타난 초파리가 집에 들끓는 모습은 과히 썩 유쾌하지 않다. 


초파리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창문의 방충망에 빵꾸가 난 것도 아니고, 문도 꼭꼭 닫아 어디 들어올만한 틈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걸까? 초파리는 후각이 매우 예민해서 1km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고, 크기는 제각각이라 큰 놈도 있고 눈에 잘 안보일만큼 작은놈도 있지만 대부분은 약 3mm 정도로(Manning 1999, Patterson, et al 1943) 방충망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내 부엌에 초파리가 갑자기 짠~하고 등장했다면 우리 집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1km 근방 안의 다른 집에 있던 놈이 냄새를 맡고 달려온 것이다방충망 뿐만이 아니라 문을 열고 닫을 때, 집의 보이지 않는 작은 틈새, 배관 통 등 초파리가 집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초파리가 생기는 이유

초파리는 유기물이 쌓여 부패하기 좋은 곳, 즉 음식물 쓰레기통, 주방 스펀지, 배수구, 불결한 상태의 젖은 걸레 등에 꼬일 수 있다. 배수구에도 음식물 찌꺼기와 수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초파리가 알을 깔 수 있다. 과일이 발효하거나 부패할 때 과당의 혐기성 대사의 부산물로 에탄올의 농도가 증가되는데(PLoS One. 2015; 10(11)), 초파리는 달콤하고 새콤한 냄새 뿐만 아니라 알코올 냄새까지 복합적으로 날 때 더 쉽게 유인된다(Front Behav Neurosci. 2017; 11:160). 그래서 대부분은 부패하기 시작해 알콜 발효가 시작된 과일 쓰레기가 초파리가  생기는 주요 원인이 된다.



초파리는 한 번에 최대 500개의 알을 낳고, 알은 24시간 내에 부화하며, 7일 만에 성충으로 성장한다. 암컷은 성충이 된 지 2일이 지나면 알을 낳을 수 있고, 한 마리의 성충은 약 35-45일간 생존하는데 살아있는 한 수정 능력을 갖는다. 이렇게 한 세대가 짧고, 번식력이 좋은 특징 때문에 유전학 연구에 많이 쓰이게 되었지만, 바로 그 장점이 내 부엌에서는 악재가 된다. 그러니까 한마리의 초파리가 발견되었다면 이미 어딘가에 알을 깠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오염원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파리는 알로부터 고작 1주일만에 성충이 된다. (Genetics second edition, 2005)


초파리는 위험할까

어떤 초파리들은 과일과 채소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주요한 해충으로 여겨진다(Wilson, 1999).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 과일과 채소가 너무 익거나 썩은 상태여야 한다. 초파리가 과일을 파서 알을 낳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알을 낳은 상태라 알과 구더기를 모르고 조금 먹게 되어도 보통은 위산에 의해 다 죽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다량을 먹는 경우엔 위통이나 알레르기 반응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만약을 위해 과일과 채소는 신선한 것을 구입하여 잘 세척하여 먹도록 한다.   

베리류 처럼 표면이 부드러운 과일에서 특히 많은 초파리의 알과 유충이 발견된


가끔 초파리가 피부에 붙으면 모기 물린 듯이 작게 부풀어오르며 근질근질 가려울 때가 있는데, 초파리도 모기처럼 사람을 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초파리는 이빨과 같은 물 수 있는 입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입은 액체로 된 음식물을 빨아먹을 수 있는 관 모양으로 되어있다(Patterson and Stone 1952). 그러니까 초파리가 사람을 무는 것은 아니다. 

초파리의 입모양

다만 그 먹이가 되고 번식하는 곳이 썩은 음식물 쓰레기, 화장실 변기, 썩은 걸레 등과 같은 온갖 불결한 것들이다 보니 초파리가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매개체가 되어 음식을 오염시키며 감염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는 있다. 초파리도 파리라 집파리나 모기처럼 병원균을 옮기는 해충이라는 뜻이다. 피부의 작은 반점이 생기는 것은 알레르기 반응으로 건강에 위험하지는 않지만, 피부에 뭍은 병원균이 입으로 들어가는 경우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보통은 먹어도 위산과 체내 면역체계에 의해 다 죽는다) 잘 씻어내는 것이 좋다. 


초파리 퇴치 방법

초파리는 냄새로 유인되므로 그 먹이가 되는 원인 물질을 없애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초파리의 패이보릿 푸드인 과일은 먹은 후 나오는 껍질은 즉시 갖다 버려 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과일을 구입할 때 딸려오는 놈들도 있을 수 있는데, 과일은 구입 즉시 겉 표면과 특히 꼭지 부분을 잘 세척한 후 냉장 보관하면서 먹고, 바나나와 같이 실온 보관해야 하는 과일은 깨끗하게 닦아 밀폐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통은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부패하지 않도록 자주 세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룻밤 사이에도 생기는 초파리 때문에 골치라면 간단하게 초파리 덫을 만들 수 있다.

 

준비물: 유리병, 식초, 주방 세제, 종이 한장, 테이프

1. 종이를 원뿔 모양으로 만들어 유리병의 절반 정도 들어가는지 확인한 후 테이프로 고정한다. 원뿔 모양의 종이는 위가 넓고 아래가 좁아서 초파리가 들어가기는 쉬워도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어렵게 한다.

2. 병에 반컵의 식초와 주방세제 조금 짜 놓고 잘 섞어준 후 전자레인지에 2-30초 돌린다. 그러면 이 혼합물의 냄새를 더 강하게 만들어 초파리를 유인하기 쉽다. 식초는 초파리를 유인하고 주방세제는 표면장력을 떨어뜨려 수면 위에 초파리가 앉을 수 없도록 한다. 

3. 그런 다음 원뿔로 만든 종이를 꽂아 초파리 출몰 지역에 두면 끝! 

초파리는 병 안으로 들어와 익사한다. 

만드는 게 귀찮다면 다이소에서 파는 2천원짜리 초파리 트랩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초파리의 몸에 나 있는 털은 기류에 민감하고, 눈은 빛에 민감하여 그림자나 움직임을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날아가버린다(Demerec 1950). 그래서 손으로 잡기가 아주 힘든데, 진공청소기로 아주 쉽게 빨아들일 수 있다. 초파리들에겐 안됐지만 의외로 효과가 좋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봄직하다.


습기가 많고 머리카락 등의 유기물이 낄 수 있는 곳이라면 꼭 주방이나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니라도 초파리의 번식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평소처럼 미지근한 물을 흘려보내도 떠내려가지 않는 놈들이 있으니, 1주일~열흘에 한번 정도는 물을 팔팔 끓여 배수구에 부어주면 혹시 모를 초파리 알과 유충들을 사멸시킬 수 있다. 


누구나 화장실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나방파리도 파리과라서 배수구 안 유기물이 붙어있는 습한 곳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배수구에 끓는 물을 부어주는 것으로 출몰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알게 된 후부터 정기적으로 끓는 물로 배수구를 소독하고 있는데, 이후로 나방파리를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나방파리 >_<


그리고 락스는 살균제지 살충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방파리의 알과 유충까지 박멸하기는 어렵다. 락스는 유충의 먹이인 오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하되, 알과 유충을 죽이는 것은 뜨거운 물이 가장 확실하다. 오물이 끼지 않도록 자주 청소하고 1주일에 한번 정도 뜨거운 물을 배수구에 부어주기만 해도 가정에서는 초파리와 나방파리는 해결되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박멸이 안된다면 에어로졸 형태의 뿌리는 살충제도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