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란
철은 탄소 함량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며 순철(Armco), 선철(Pig Iron), 강(Steel)으로 나눌 수 있다. 탄소함량이 적을수록 강도가 약해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가지는 반면, 탄소가 많으면 경도가 높아 단단해진다. 보통 철이라 부르는 것은 대부분 선철(銑鐵)과 강(鋼)이다.
이 중 선철은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만들어지는데 이 때 코크스라는 석탄 유래의 연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탄소가 포함된다. 보통 탄소함량 1.7% 이상 들어있는 것을 지칭하며 무쇠 혹은 주철(Cast iron)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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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철 (Pig Iron) |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선철은 4% 내외의 탄소를 함유한다. 그래서 단단하지만 전성(malleability, 얇게 펴지는 성질)과 연성(ductility,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 거의 없어 가공이 어렵고 충격을 주면 깨지거나 부서진다. 무쇠로 된 솥이 충격에 잘 깨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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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팬은 깨질지언정 찌그러지지는 않는다. |
그런데 왜 쓰냐고? 무쇠는 강에 비해 가격도 싸고 녹이 덜 슬며 용융점이 비교적 낮고 융해하기 쉬워 각종 주물을 만드는 원료로 쓰기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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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의 무쇠팔과 무쇠다리는 사실 깨지기는 쉬운 소재다. |
무쇠(鑄鐵)는 주조(鑄造, casting)에다 선철을 녹인 쇳물을 거푸집에 부어 굳혀 모양을 찍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틀에 굳혀 만들어진 제품을 주물(鑄物)이라고 한다. 주물팬은 Casting pan이라고 하지만 영어로 Casting은 주조와 주물 모두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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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 (Casting) |
눌어붙지 않는 코팅 팬이 편하고 좋지만 무쇠 팬은 튼튼하고 코팅이 벗겨질 일이 없어 한번 사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주물팬으로 조리하면 음식이 맛있다고 하여 원적외선이라도 나오는 건가 했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무쇠 팬이 열 전도율과 열 보존율이 높아 열을 받으면 온도가 잘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재료가 가지고 있는 수분과 익는 정도에 영향을 주어 그렇다.
무쇠솥은 철, 실리콘(규소), 탄소의 3가지 성분으로 되어 있는데, 음식에 철 성분이 녹아 나올 수 있지만 철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육류 섭취가 적었던 과거의 농경사회에서는 무쇠 가마솥과 같은 철제 기구를 이용한 요리가 철분 공급의 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먹을 것이 풍족하고 경구 철분제 사용이 용이한 경우에는 무쇠 조리기구를 통한 철분 흡수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Clin. Pedi. Hematology-Oncology, 2016). 모든 비타민 미네랄은 부작용이 있으니까 말이다.
산화되기 쉬운 철의 특성상 산화철인 녹도 잘 발생하는데 녹은 조금 먹어도 건강에 문제는 없다. 미국 환경 보호국(EPA)에 따르면 소량의 녹은 먹어도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산화철은 미국 FDA에서 식용 색소로 사용되기도 할 정도다. 그렇지만 그걸 일부러 찾아먹을 필요는 없지 않나.
무쇠는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 전후에 탄화 피막을 입혀주는 시즈닝(Seasoning, 오일을 발라 가열하고 식히는 과정) 작업을 하여 매번 관리하면서 써야 하는데 이 과정은 매우 번거로우며 완벽하지 않다. 녹은 슬게 마련이고 무쇠솥 길들여 쓰느라 손은 거칠어질 뿐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무쇠로 된 집기를 왜 쓰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무쇠 팬으로 요리하면 뭔가 셰프 같고 좀 있어 보이기는 한다!
다이캐스팅
무쇠로 만들지 않아도 주물팬인 것이 있는데 이는 다이캐스팅(Die-casting)이라 하여 보통 강철로 된 금형에 알루미늄 합금을 부어 만든 것이다. 무쇠는 탄소함량이 많은 선철로 만든 것이라 검은빛을 띠는데, 다이캐스팅 주물은 표면이 밝고 매끄러우며 얇은 두께로 제조할 수 있어 무게도 가볍다. 합금이기 때문에 부식에 강하고 금형이 강철이기 때문에 여러 번 찍을 수 있어 금형의 내구성도 좋으며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90% 이상 대부분의 프라이팬이 다이캐스팅 프라이팬이라고 보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나 생각해보면 다이캐스팅 주물팬은 알루미늄이라 무쇠처럼 열 전도도가 높지만 식는 속도가 빠르다는 단점이 있다. 주물팬이라 열전도율이 좋다고 마케팅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물 방식과 열전도율은 큰 상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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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다이캐스팅으로 나오는 코팅팬 |
강철이란
강(鋼, Steels)은 선철을 재 정련하여 탄소함량을 0.035~1.7%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강은 충격에 강하고, 질기며,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다방면으로 많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탄소함량은 0.04~0.6% 정도인 것이 많이 쓰인다. 강에는 탄소강과 특수강이 있는데, 탄소가 주로 함유된 것을 탄소강(Carbon steel), 크롬, 니켈, 망간, 텅스텐, 몰리브덴 등의 특수한 금속 원소가 포함된 강을 특수강 또는 합금강(Alloy steel)이라고 한다. 스테인리스 스틸도 합금강의 일종이다.
중국집에서 흔히 쓰는 중화 웍(Wok)은 강철로 된 것인데, 검은빛을 띠는 것은 타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탄소강으로 만들어 그렇다. 탄소강은 무쇠처럼 열전도율이 좋지만 두께가 얇아 열 보존율은 낮아 금방 식는다.
중화 웍이 탄소강으로 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한 불에 빠르게 볶아내는 요리가 많은 중식에서는 탄소강 웍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테프론 코팅 팬은 고온에 약하고, 스테인리스는 고온에서 타거나 열전도율이 좋지 않아 예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강철 팬도 코팅이 없어 녹이 슬 수 있으므로 무쇠처럼 시즈닝 해가며 길들여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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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강으로 된 중화웍 |
탄소강 웍에서 만든 요리가 맛있는 것은 단순하게 열 전도율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웍 헤이(鍋氣, Wok hei, 번역하자면 '웍의 숨결')로 설명할 수 있다. 연기가 날 정도로 뜨겁게 달군 팬에 재료를 튕기면서 볶는 과정에서 과도한 수분은 날아가고 캐러멜 라이징(caramelisation)과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actions, 높은 열이 필요함)을 최대로 이끌어내어 먹음직스러운 색과 풍미를 만들고 기름 연기로 인한 불맛(웍의 향기라고 하던데)이 입혀지게 된다. 둥글고 깊은 형태의 모양에 의해 웍 안에서 일어나는 대류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웍질이라고 일컫는 셰프의 스킬도 매우 중요하다.
![]() 갖고싶다, 웍 헤이 |
그러니 강철 팬을 산다한들 그 맛을 내기란 불가능하다. 가정에서는 강불도 없지만 우리는 셰프가 아니지 않는가. 불맛 가득한 맛있는 중국요리가 먹고 싶다면 그냥 중국집에서 사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