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달라도 차나무는 하나
커피를 끊고 심심한 입을 달래고자 마시기 시작한 것이 보이차였다. 녹차나 홍차는 찻잎을 한통 사두면 금새 싫증이 나서 찬장에 처박히기 일쑤인데 보이차는 사다놓기가 무섭게 동이 나버린다. 수개월째 마시고 있는데도 질리지도 않고 점점 애정이 깊어지기에 보이차에 대한 순수한 팬심으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차(Camellia sinensis L.)는 동백과(The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상록 관목으로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이나 약 3천년 동안 중국에서 주로 재배되었다. 그래서 sinensis라는 종명은 라틴어로 '중국에서 온'을 의미한다. 차나무의 잎을 우려내어 '차'로서 마시기 시작한 것이 중국이라서 그렇다. 우리나라는 신라 선덕여왕 때에 당나라에서 차를 가져와 마셨으며, 200년 후인 흥덕왕 때부터는 지리산에 차를 심어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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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C. sinensis)에는 크게 2가지 변종(variant, 아종까지는 아니어도 원래의 형태와 구별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을 말함)이 있는데, 소엽종인 C. sinensis var. sinensis (China Type)와 대엽종인 C. sinensis var. assamica (Assam Type)가 그것이다.
소엽종은 추운 기후에 맞게 진화한 변종으로 여겨지며 잎이 작은 대신 꽃과 같은 세련된 풍미가 있다. 대엽종은 변종(C. sinensis var. assamica)인지 아니면 고유한 종(C.assamica)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재로서는 차나무의 변종으로 보며 원래의 차 나무와 형태가 가장 유사하다. 더 따뜻한 기후에 분포하여 잎이 크게 자라고 맛과 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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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 소엽종(왼쪽)과 대엽종(오른쪽) (출처=www.trehaneunursery.co.uk) |
자연 상태에서는 소엽종은 약 2m, 윈난에서 자라는 고대 활엽수는 약 15m 이상에 달하는 고목으로 자란다. 재배된 차밭의 차가 키가 작은 것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줄기를 쳐냈기 때문이다. 차밭의 차나무는 관목인 소엽종일 수도 있고 교목인 대엽종일 수도 있다. 차 종류와 관계없이 최고 품질의 차는 보통 식물의 어린 잎에서 나오기 때문에 차나무는 새싹의 성장을 촉진하고 수확을 쉽게 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여 Pluking Table이라 불리는 반듯하고 평평한 윗면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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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차는 대부분 손으로 체취하기 때문에 차밭의 차나무는 키가 1.2m 정도를 넘지 않도록 가지를 쳐낸다. 사진은 태국의 차밭. (출처=journal.rishi-tea.com) |
이 외에 차나무는 사람이 인공적으로 계량한 수천가지 이상의 재배품종(Cultivars 또는 cv.)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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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재배 품종인 C. sinensis cv. yabukita는 짙은 녹색과 풍미로 유명하다(출처=http://doctorlib.info) |
차는 약성이 뛰어나 처음에는 약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원체 맛과 향이 좋아 음료로 마시기 시작하여 현재는 커피, 카카오와 함께 세계 3대 기호 음료으로서 물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차는 제다(製茶, Tea making) 방법에 따라 형태, 색, 맛이 달라지며 산화 여부, 산화 정도, 발효 여부에 따라 백차(White Tea), 황차(Yellow Tea), 녹차(Green Tea), 청차(Blue Tea,우롱티), 홍차(Black Tea), 흑차(Dark Tea)의 6대 다류로 분류된다. 이름도 다르고 색과 맛도 달라서 다 다른 품종인 줄 알고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차가 사실은 모두 같은 차나무(Camellia sinensis)로 만든 것이었다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