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란 Pu'er Tea
보이차(普洱茶, Pu'er tea)는 중국의 윈난 성에서 티베트에 이르는 차마고도(茶馬古道) 지역에서 소수민족들이 마시던 흑차의 일종으로 여러 지방에서 생산된 차를 윈남 성(雲南 省) 남부에 있는 푸얼 현(普洱 縣, 보이 현)의 차시장에서 모아 출하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 윈남 성의 소수민족들의 말인 '푸레'는 떡 모양의 차를 의미하는데 오늘날의 병차(餠茶, 둥근 모양의 보이차)를 가리키며 이 지역에서 차가 많이 거래되면서 지명이 푸레에서 유래한 푸얼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한 때는 보이 현에서 생산되는 차(녹차, 홍차, 전차)를 총칭하여 보이차라 하였고 원료 부족으로 쓰촨(四川), 베트남, 타이 등지의 차엽으로도 만들기도 했다(이런 차를 변경된 보이차라고 한다). 2003년 윈난성 표준계량국에서는 보이차를 윈난 성의 일정 구역 내 대엽종의 차잎을 쇄청(晒靑)한 모차(毛茶)를 원료로 후발효의 과정을 통해 가공한 차로 정의하여 공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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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의 위치 (출처=위키피디아) |
보이차의 제조공정 Manufacturing method
보이차의 가공 단계에는 채엽(采取, picking, 잎 따기), 위조(萎凋, withering, 시들리기), 살청(殺靑, fixation, 덖기), 유념(揉捻, rolling, 비비기), 쇄청(晒靑, Drying, 햇볕에 건조), 그리고 성형 및 발효 과정이 포함된다.
먼저 새로 난 잎을 3~4개의 잎을 붙여 딴 후 2~3시간 정도 얇게 펼쳐 수분을 말려 시들게 해서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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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엽(잎 따기)과 위조(시들리기) 과정 (출처=구글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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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엽(잎 따기)과 위조(시들리기) 과정 (출처=구글 이미지) |
그리고 뜨거운 솥에 넣어 단시간 내 덖어내는데 살청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찻잎의 산화효소를 실활(Enzyme deactivation)시켜 산화에 의한 자연적인 갈변 현상을 막고 생엽의 청미(靑味, 보통 비린맛을 뜻함)를 제거하며 수분을 날리는 역할을 한다. 덖어낸 찻잎은 손으로 비벼 세포조직을 파괴함으로써 나중에 차가 잘 우러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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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청(덖기)과 유념(비비기) 과정 (출처=구글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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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청(덖기)과 유념(비비기) 과정 (출처=구글 이미지) |
유념이 끝난 찻잎은 채반에 널어 일광에 건조시켜 수분함량 10% 정도로 만드는 쇄청(晒靑) 과정을 거친다. 쇄(晒)는 햇볕에 말린다는 의미를 가지며 이렇게 1차적으로 완성된 차를 쇄청모차(晒靑毛茶) 또는 모차(毛茶)라고 한다. 건조방법에 따라 솥으로 건조한 것을 초청(炒靑), 기계로 건조시키면 홍청(烘靑)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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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청 과정 (출처=www.econovill.com) |
모차는 가공되지 않은 차라는 뜻으로 완성되지 않은 반제품 또는 초벌 차의 개념이다. 보이차는 제조방법에 따라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로 나뉘어지는데, 쇄청모차에 적정한 수분을 주어 틀에 담아 긴압(緊壓) 한 것을 생차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 바로 먹으면 차성(茶性)이 강해 먹기가 힘들므로 오랜 시간 동안 숙성 과정을 거쳐야 마실만한 보이차가 된다. 숙성은 보통 10~50년에 걸쳐 진행되며 최소한 10년은 경과해야 먹기가 좋고 적어도 30년은 지나야 완전히 숙성된 것으로 본다. 산화되어 숙성되어 향미가 나아지는 과정을 진화(陳化)된다고 말한다. 보이 생차는 차엽이 녹색을 띠고 탕색은 밝은 노란색이며 엽저(葉底, 우려낸 후의 찻잎)가 두껍고 황록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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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차 생차 (출처=www.chaliy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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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차 생차 (출처=www.chaliyi.com) |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보이생차는 그 생산량이 적고 숙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빨리 먹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숙차다. 숙차는 전통적인 숙차와 악퇴(渥堆)기법을 사용한 현대 숙차로 나뉜다. 전통적인 숙차는 위조 과정 후에 가볍게 습기를 주고 유념 과정을 추가하여 생차보다 더 빨리 산화되도록 만드는데, 1973년 곤명 차창에서 개발한 악퇴 숙차는 미생물 발효공법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숙차보다도 숙성되는 시간을 크게 줄인 차를 말한다. 오늘날에는 숙차라 함은 일반적으로 악퇴 숙차를 일컫는다.
악퇴 과정은 위조와 유념과정을 거친 차엽 더미에 물을 뿌리고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여 쌓아(퇴적) 마포를 덮은 다음 이후 약 40~60일간 쌓아두기와 뒤집기(호기성 발효)를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 중에 미생물의 효소작용과 습열 작용에 따른 열 물리 화학적 변화로 차엽은 검은빛을 띠고 독특한 향미를 형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찻잎에 수증기를 가하여 습열과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미생물에 의해 외형을 흑갈색으로 산화시키는 방법이었으나 이후로 찻잎 발효에 좋은 효과가 있는 흑국균(Aspergillus niger)을 선발해 스타터로 접종하여 잡균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쾌속으로 발효시키는 미생물 발효공법으로 정립되었다.
보이숙차는 차엽이 어두운 갈색을 띠고 탕색은 밝은 적갈색이다. 맛은 달고 순하나 인공적으로 발효균이 투입되기 때문에 특유의 숙향과 숙미가 있다.
보이생차는 쇄청모차를 압착하여 바로 판매하는 것으로 고가의 노수차(老樹茶)와 고수차(古樹茶) 원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숙성이 잘 된 보이생차는 차성이 순해져서 맛이 부드럽고 달며 탕색은 반투명한 장미빛을 띠게 되어 보이숙차에 가까워지지만 결코 같지는 않다. 오래 걸리니 귀하고 귀한 만큼 맛이 좋으니 흔히 차테크라 함은 보이생차를 말하는 것이다.
악퇴공법은 보통 톤 단위로 대량 발효하기 때문에 발효실패의 리스크가 존재하며 따라서 일반 차밭에서 재배한 대지차(臺地茶)와 같은 저렴한 차를 모차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되고 1~5년 정도 지나면 악퇴미(渥堆味)가 사라져 먹기가 좋아지지만 더 오래 묵혀도 생차처럼 품질이 좋아지지는 않아서 오래보관할 가치는 적다.